한류의 최종목적지는 K-Spirit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2021년이 갖는 의미 

 

2021년은 대한민국에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선진국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한 해였으니 말이다.

첫째, 2021년 7월 2일 열린 제 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만장일치로 대한민국을 그룹 A(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그룹 B(선진국)로 지위를 변경했다. 우리로선 그다지 새삼스럽지는 않았지만, 1964년 UNCTAD 설립 이래 공식적으로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사례는 최초라고 하니 참 가슴 뿌듯한 일이었다.

둘째,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속에서도 2021년은 4%대의 경제성장, GDP 2,000조 달성(세계 10위), 무역규모 1조 2,000억달러(세계 8위)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대한민국이 분명 선진국임을 자타가 공인하게하는 한 해였다.

그리고 셋째, 이러한 숫자적 의미에서의 발전보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생각하게 하는 가장 뿌듯한 일은 바로 세계를 휩쓸고있는 한류열풍일 것이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에 이은 윤여정의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 세계를 휩쓴 오징어게임, 지옥 등의 넷플릭스 드라마, BTS, 블랙핑크 등으로 대표되는 K-POP 열풍 등-  문화적으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임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킨 한해였다.

 

인류사에 공헌하는 정신의 한류는 무엇일까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생각해볼 것이 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류사에 공헌을 하기 위해서 과연 한류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여야할까라는 의문 말이다.

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 게임 등 각종 문화산업에 있어서의 한류를 넘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이 전 세계 인류사회에 던질 수 있는 정신적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자문 말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트렌드나 유행으로서의 한류가 아니라 인류의 정신문화에 영원히 공헌하는 정신의 한류가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민주’, 프랑스의 ‘평등’, 미국의 ‘자유’

 

영국관광의 랜드마크인 국회의사당과 빅벤

 

자타가 선진국이라고 하는 G7, 그 중에서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끌어가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영국은 인류에게 ‘민주’라는 가치를 선사한 나라다. 영국의 역사에서 의회가 처음 열리기 시작한 때가 1275년이니 수백년에 걸친 영국식 의회민주주의는 전 세계 민주주의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고 그리하여 그 상징인 국회의사당과 빅벤은 영국 관광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프랑스는 18세기 프랑스혁명을 통해 인류에게 ‘평등’이라는 가치를 선사했다. 단두대의 피비린내 나는 근대사를 통해 중세의 속박과 신분사회로부터 평등과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인류에게 선사했다. 그래서 세계인은 누구나 프랑스를 선진국이라 인정하고 프랑스를 여행할 때 바스티유광장, 콩코드광장 등 그 혁명의 현장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 국기

 

다음으로 인류의 역사에서 미국이 가진 키워드는 ‘자유’다. 1886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가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뉴욕항으로 들어오는 허드슨강 입구의 리버티섬에서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을 환영하는 기회의 땅, 미국이 세계인에게 선사한 정신적 가치는 바로 자유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진정한 선진국에는 그 나라가 인류에게 선사하는 정신적 가치, 즉 글로벌 스탠다드가 있고, 그것을 상징하는 장소가 바로 그 나라 관광의 랜드마크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허드슨강 입구 리버티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이제, 한류를 넘어 K-Spirit을 생각할 때!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인류에게 선사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는 무엇일까. 지금 전 세계에 불어닥치고 있는 문화의 한류를 넘어 인류에게 선사해야할 궁극적인 가치 말이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속에서 도도히 흐르는 정신문화의 정수일 것이다. 우리 민족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싸워왔는지, 무엇을 그토록 염원해왔는지. 무엇을 위해 그토록 피를 흘려왔는지 말이다.

문화의 한류를 넘어 인류사적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한류가 추구해야할 궁극적 가치를 나는 ‘평화’라고 생각한다.

논개가 촉석루에서 왜장의 목을 안고 남강에 뛰어든 것도 이 땅의 평화를 위해서였고, 행주산성의 아낙네들이 치마폭에 돌을 나르면서 그토록 지키려고 했던 것도 이 땅의 평화를 위해서였다. 유관순열사, 안중근의사, 이봉창의사, 윤봉길의사 등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이 땅에서, 중국에서, 연해주에서 그토록 목숨을 바쳐 꿈꾸던 것도 바로 조선의 독립과 평화가 아니겠는가.

그것은 일찍이 3.1 독립선언서에도 33인이 분명히 제시한 바가 있다.

‘오늘 우리가 조선 독립을 선포하는 까닭은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정당한 번영을 이루게 하는 동시에, ~ (중략)  세계 평화의 중요한 요소로서 동양 평화를 실현하여 전 인류의 복지에 반드시 있어야 할 단계를 만드는 것이다’ –

바로 조선의 독립을 ‘세계평화’라는 궁극적 가치로 귀결시킨 것이다.

 

한국관광의 랜드마크로서의 독립기념관

 

그러한 점에서 전세계인들이 한국을 생각할 때 ‘평화’를 떠올리면서 한국 방문시 반드시 빼놓지 않고 가보아야할 랜드마크적 관광지로 가꾸어나가야할 곳이 바로 독립기념관이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의 그 수많은 나라들이 독립했지만, 이렇게 독립의 역사와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기록을 오롯이 보존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 독립기념관이야말로 제국주의 , 패권주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전 세계인의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는 대한민국만의 자랑인 것이다.

2021년, 우리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방탄소년단의 유엔총회 연설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

“당신이 누구든, 어디서 왔든, 인종과 성별에 상관없이 나만의 목소리를 내세요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한 사랑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문화선진국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이 BTS의 명연설이 가진 키워드 또한 ‘평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하여 한국관광 최고의 인증샷이 남산타워도 아니고, 땅굴도 아니고, 명동도 아니고,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세계인에게 ‘평화’라는 가치를 선사하는 진정한 정신의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목(칼럼니스트.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