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컨텐츠로서의 막걸리, 그 무한한 변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대부분 한식에 반하고, 그중에서도 막걸리 매니어가 된다는 점이다.

한국에 놀러와서 한국에 반해 한국사위가 되버린 핀란드의 빌푸와 핀란드에서 막걸리대사가 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막걸리사랑에 빠진 빌레, 노르웨이의 알렌과 밀라커플, 폴란드의 프셰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외국인들의 입맛에 막걸리는 술같이 생기지 않는 하얀 액체에 독하지 않은 얌전한 도수, 달작지근하여 마시기 좋은 목넘김, 무엇보다 발효주로서의 건강에 좋은 유산균, 막걸리에 어울리는 맛있는 전 안주감 등등이 매력요소로 작용하는듯 하다.

그렇다면 이 막걸리를 프랑스의 와인처럼, 그리고 이 막걸리 생산공장을 유럽이나 호주의 와이너리처럼 관광컨텐츠화 할 수는 없을까? 반갑게도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전통의 막걸리에 스토리를 입히고 현대적 감각을 입혀 막걸리를 현대화, 고급화하고 있는 시도들이 백가쟁명처럼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러한 막걸리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보다 체계적이고 스토리텔링화하여 한국관광의 굳건한 컨텐츠로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박물관이 된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594호 지평양조장  

막걸리시장의 압도적 1위 서울장수막걸리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어 전국주화에 성공함으로써 장수막걸리와 함께 대한민국 막걸리업계의 양대산맥을 이룬 지평막걸리.

2010년 20대 후반의 젊은 3대 사장 김기환대표가 회사를 맡아 연매출 2억원이던 지평주조를 10년만에 200억 회사로 키웠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막걸리를 빗던 양평의 양조장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오래된 양조장 건물로 1925년 당시 모습으로 복원되어 막걸리박물관이 된다고 한다.

 

‘발효건축’이라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의 복순도가 양조장

 

일명 샴페인막걸리라고 불리우는 복순도가막걸리는 한병에 12,000원이다. 한병에 2,000원대인 막걸리시장을 대번에 10,000원대로 올려놓은 고급화의 배경에는 미국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돌아와 경영을 맡은 젊은 큰아들 김민규대표가 있다.

발효건축이라는 독특한 주제의 졸업논문을 그대로 울산에 옮겨놓은 복순도가 양조장, 그리고 부산에 있는 복순도가 F1963 레스토랑은 전통의 막걸리에 건축과 새로운 아트를 입혀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MZ세대의 대표술, 한강주조 나루생막걸리

 

30대 청년 네명이 모여 ‘우리는 왜 소주만 마셔야돼?”라는 물음 하나로 의기투합해 만들어진 막걸리 스타트업 서울한강주조의 나루생막걸리는 병 자체가 전혀 막걸리같지 않다. 무슨 세련된 화장품같다고나 해야할까.

병 디자인에 그려진 동그라미는 인공감미료 무첨가라는 의미를, 세모는 서울 경복궁쌀로만 만든다는 의미를, 네모는 세워서 냉장보관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기하학적 모양이 만나 이루어진 패키지는 딱 MZ세대를 대표하는 막걸리답게 힙하다. 6도짜리 푸른 패키지가 3병에 21,000원, 11.5도짜리 흰패키지가 한병에 11,200원이다.

 

한병에 11만원 짜리 해창 롤스로이스막걸리

 

전남 해남에 있는 해창주조장이 출시한 ‘롤스로이스 막걸리’는 1병에 11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되면서 그 가치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없어서 마시지 못하는 술’이 되고 있다.

인공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계약재배한 해남 유기농 찹쌀과 맵쌀로만 빚은 롤스로이스막걸리는 덧술을 세 번 더한 사양주로 약 2개월간의 숙성 기간을 거친다. 일반적인 막걸리의 발효가 5일이면 끝나는 것에 비하면 긴 시간의 힘이 응축된 술이다.  전화주문에 의해 택배로만 구입할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양조장이란 별명을 가진 해창 주조장은 193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근대문화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양조장투어로도 유명하다.

 

막걸리 활성화를 위한 전통주 ‘베스트 트로피’

 

다행히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매년 한국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와 공동으로 전통주 베스트 트로피를 선정한다.

2020년 제 4회 대회에서는 전통주 소믈리에 5명이 총 30종의 제품을 ‘출품 막걸리 부문(11종)’과 대형마트에서 파는 ‘비출품 막걸리 부문(19종)’으로 구분해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출품 부문에서는 배상면주가의 ‘아띠’ ‘옹기막걸리’ 술빚은전가네의 ‘산정호수동정춘막걸리’ 한강주조의 ‘나루생막걸리(11.5도)’가 91점을 받아 영예의 그랑골드상을 수상, 공동 1위에 올랐다.

 

스토리텔링과 와이너리투어로 막걸리 관광상품화 시급

 

이렇듯 막걸리의 현대화를 시도하는 청년 스타트업과 SNS의 위력에 의해 한국의 막걸리시장이 새로운 도약을 맞이하고 있다.

프랑스에 산재한 특색있는 와인과 와이너리들이 프랑스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컨텐츠가 되었듯, 전국적으로 특이한 맛과 스토리텔링, 와이너리투어에 의한 막걸리의 관광상품화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내년 하반기쯤부터 다시 열리게될 지구촌 여행시대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보았듯 막걸리가 세계인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한류로 굳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트래블 앤드 레저 윤 목 칼럼니스트 ym0826@hanmail.net

윤목(칼럼니스트)
現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겸임교수
前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겸임교수
前 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