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경쟁력으로서 서울의 도시 아이덴티티

 

애프터코로나시대, 도시간의 전쟁에 대비하자

 

세계는 지금 도시간의 전쟁중이다. 코로나사태로 잠시 휴전일 뿐,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유치하기 위해 진행중인 세계 도시간의 전쟁은 내년 이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더욱 더 가열될 것이다.

이런 치열한 도시간의 경쟁을 반증하듯 세계적인 매스컴이나 조사기관에서는 세계 각 도시의 경쟁력을 발표하는 기사를 수시로 발표하고 있다.

비록 3년 전의 발표라 최근의 상황을 반영하지는 못하지만 가장 자세히 도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글로벌리서치전문기관인 lpsos가 세계 26개국 1만 8천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세계 60개 도시에 관해 조사한 자료가 있다.

조사는  ‘세계인이 가장 방문하고싶은 도시, 사업하기 좋은 도시, 살고싶은 도시’ 등으로 나누어 발표되었는데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인이 좋아하는 도시 38위, 살고싶은 도시 31위, 가보고싶은 도시 22위, 사업하기 좋은 도시 30위로 모든 항목에서 중하위권을 차지하였다.

일본의 도쿄와 오사까, 싱가포르, 홍콩, 중국의 상하이, 베이징, 태국의 방콕보다도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도시에서 낮은 선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 조사를 다시 한다면 서울의 위상은 많이 올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BTS의 세계적 인기, 봉준호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 등에 의해 서울이라는 도시가 최근 많은 각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서울은 아직도 배고프다

 

그러나 아직도 서울은 세계유수의 관광도시들에 비해 그 경쟁력에서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 한예로서 도시의 매력도와 선호도를 높여가는 수단으로서의 도시아이덴티티를 살펴보자.

 

어마어마한 브랜드가치를 지닌 뉴욕의 도시아이덴티티

너무나도 유명한 뉴욕의 ‘I love NY’은 1970년대 경제불황을 맞은 뉴욕시가 시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자 만든 슬로건으로 최초의 도시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다. 이 슬로건은 범죄로 타락했던 뉴욕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꾸는데 큰 도움을 주어 1년만에 관광수입이 1억 4천만달러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후 전 세계의 도시들은 ‘I love NY’을 벤치마킹 삼아 도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자 노력을 했으나 아직도 이 ‘I love NY’을 뛰어넘지는 못하는듯 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절묘한 도시아이덴티티

 

네달란드 암스테르담의 도시아이덴티티는 ‘I amsterdam’이다 암스테르담의 영문인 Amsterdam의 ‘am’을 I와 연결시켜 절묘한 언어유희를 통해 ‘나는 암스테르담시민이다’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이 슬로건은 다인종, 다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암스테르담의 아이덴티티를 잘 전달해주고 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크리에이티브한 도시아이덴티티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도시 아이덴티티는 C’open’hagen이다. 이 역시 Copenhagen이라는 영문명속에 숨어있는 ‘open’이라는 단어를 발견해내어 ‘모두에게 열려있는 코펜하겐’이라는 의미의 개방적 도시 정체성을 크리에이티브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장 바뀔 때마다 바뀌어온 서울의 아이덴티티

 

서울에서 이러한 도시 아이덴티티라는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사례는 2002년 이명박시장 시절이었다. ‘Hi, Seoul!’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도입초기에 이 슬로건은 두가지 측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첫째는 ‘Hi, Seoul!’이라는 슬로건은 외국인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할 수 있는 인사말이지, 외국관광객들을 상대로 서울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인사말은 아니지 않느냐는 주체의 문제였다.

둘째로는 이 슬로건에는 서울의 정체성을 담을 어떠한 의미도 없지 않느냐는 문제였다.

 

오세훈시장 시절, Soul of Asia를 병기사용했던 서울의 도시아이덴티티

그러던 중 2006년 오세훈시장 시절, ‘Hi, Seoul!’밑에 ‘Soul of Asia’라는 슬로건이 병기되었다. 원래 이 ‘Soul of Asia’라는 슬로건은 ,‘Hi, Seoul!’이 발표되고 얼마 되지않아 외국어대의 프랑스어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어느 프랑스인 교수가 앞에서 이야기한 ‘Hi, Seoul!’의 주체성을 거론하면서 차라리 서울의 정체성과 가장 어울리는 슬로건으로 제시한 아이디어였다.

‘Seoul’과 ‘Soul’이라는 발음상의 유사성이나 서울이 갖고있는 역사성에 비추어 ‘Soul of Asia’라는 슬로건이 더 어울리지 않느냐는 기고문이었다. 이것이 아마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서 ,‘Hi, Seoul!’과 함께 병기되지 않았나싶다.

 

도시의 아이덴티티는 주장이 아니라 공감이어야 한다

 

그러다가 2015년 갑자기 ‘I Seoul You’ 가 등장한다. 9억원의 브랜드 개발비를 들여 개발했다고 하는 이 슬로건에 대해서도 ‘Hi, Seoul!’ 그 이상의 논란이 많았다.

어법상 이것이 맞는 말이며 외국인들에게 쉽게 커뮤니케이션될 수 있는 슬로건이냐는 것과 함께 이것 역시 서울의 도시 정체성을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Soul of Asia’ , 서울의 정답이지 않을까

 

도시의 아이덴티티란 시장이 바뀐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장은 4년에 한번씩 선출되는 ‘지나가는 나그네’이고, 서울의 도시정체성이란 수천년을 통해 서울이 갖고 있는 도시의 뿌리이니 말이다.

만약 뉴욕의 ‘I love NY’가 뉴욕시장이 바뀔 때마다 바뀌었다면 지금 뉴욕을 대표하는 어머어마한 브랜드가치를 지닌 도시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었을까.

아이덴티티란 그 상황, 그 대상에 맞는 단 하나의 일물일어주의여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서울의 아이덴티티로 축적해 가야할 도시 슬로건이자 아이덴티티는 만시지탄이지만 ‘Soul of Asia’가 아닐까. 아시아의 대표도시 자리를 두고 도쿄와 베이징, 상하이와 전쟁을 치루어가야할 서울의 입장에서 보면 더더욱 말이다.

또 하나의 도시아이덴티티로서의 헛발질

 

시장도 공석이고 임기도 6개월 남은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뜯어고치겠다고 첫삽을 떴다

 

며칠 전, 정말 이해하지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시장도 공석인 서울시가, 그마저 임기조차 6개월밖에 남지않은 서울시가 서울의 도시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대표적 공간요소인 광화문광장을 790억을 들여 뜯어고치겠다는 발표를 하고 첫삽을 뜬 것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시민이 뽑은 시장도 불미스런 사건으로 생을 마감하고,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서울의 위상이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추락되었는데 그 시장과 공동책임을 져야할 시장대행이 서울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국가대표광장을 어머어마한 시민의 혈세를 들여 6개월안에 뜯어고치겠다고 하니 말이다.

이 일련의 상황들이 BTS 덕에, 봉준호감독 덕에 힘들게 쌓아올린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또 얼마나 깎어먹을 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우울한 연말이다.

 

트래블 앤드 레저 윤 목 칼럼니스트 ym0826@hanmail.net

윤목(칼럼니스트)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겸임교수
前  한양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겸임교수
前 제일기획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