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거창 황산마을

가을 정취 가득한 황산마을

가을이 깊어간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흩날린다. 아침저녁으로는 날씨가 제법 차다. 희미한 입김이 새어나오고 살갗에는 소름이 오스스 돋는다.

이 무렵 여행을 떠난다면 한옥에 하루쯤 묵어보는 것도 좋겠다. 처마에 반짝이는 따뜻한 가을햇살을 눈에 담는 일, 밤이면 창호지로 스미는 달빛을 바라보는 일, 가을비가 내리면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어보고 아침이면 대빗자루로 마당도 쓸어보자. 고풍스럽고 기품 있는 한옥은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고 아늑하다.
한옥민박을 겸한 가을여행을 계획한다면 거창 황산마을 추천한다. 오래된 기와집 사이로 예쁜 흙담길이 구불구불 흐른다. 마을 앞에는 가을빛에 물든 계곡이 자리하고 있다.

덕유산의 절경인 수승대를 끼고 자리 잡은 황산마을에는 100~200년 전에 지어진 한옥 50여 채가 운치 있게 들어서 있다. 황산마을은 거창 신씨 집성촌으로 조선 연산군 시절이던 1501년 신(愼)씨 일가가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만들어졌다. 지금도 마을 주민 대부분은 신씨인데 마을을 거닐며 대문을 보면 대부분 신씨 문패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 서면 커다란 느티나무가 여행객을 반긴다. 수령 600년을 훌쩍 넘긴 커다란 나무다. 느티나무 앞으로는 맑은 시내가 흘러간다는데, 마을은 이 시내를 사이에 두고 두 지역으로 나뉜다. 시내 동쪽은 ‘동녘’이라 부르고 서쪽은 ‘큰땀’이라 부르는데, 큰땀에 부드러운 처마의 한옥 기와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황산마을의 한옥들은 대부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건립된 것들이라고 한다.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지방 반가의 건축양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부분 안채와 사랑채를 갖추고 있는데 이렇게 마을 전체가 모두 기와집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은 소작마을을 별도로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황산마을의 자랑은 사실, 한옥보다는 흙담길이다. 담장 위에 얹어놓은 여러 겹의 기와가 독특하고 이채롭다. 이끼가 내려 앉은 기와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말해주는 것만 같다. 황산마을의 흙담은 물빠짐을 위해 아랫단에는 제법 커다란 자연석을 쌓았고, 윗단에는 황토와 돌을 섞어 토석담을 쌓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등록문화재 259호로 지정됐다.

황산마을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그냥 발길 닿는 데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 이 골목, 저 골목 낮은 담장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담장은 그다지 높지 않다. 까치발을 하면 담장 너머로 집과 마당이 훤히 바라보인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고택이 궁금하면 들어가 구경해 봐도 좋다. 야박한 도시와 달리 낮에는 대문을 잠그지 않은 집들이 대부분이다. 문풍지를 발라 놓은 곁문들과 툇마루, 햇볕이 잘 드는 마당, 항아리 등 우리네 전통가옥에선 비움과 열림, 넉넉한 인심의 향기가 베어나온다. 그리고 푸근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황산마을에서는 민박이 가능하다. 현재 10여 가구가 민박손님을 받고 있다. 아직도 장작불을 들이는 방을 가진 집도 있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하루쯤 묵어보자. 밤이면 문살 사이로 은은한 달빛이 새어든다.

소쩍새 소리와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 소리가 방을 가득 채운다.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보자. 대숲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마당을 천천히 거니는 일은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아침도 좋다. 되도록 일찍 일어날 것을 권한다. 새벽안개가 마을을 자욱하게 감싸 안고 있다. 안개가 내려앉은 한옥 기와의 선이 예쁘다. 자기도 모르게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뜨끈한 구들에 뉘었던 몸은 솜처럼 가볍다.

황산마을의 멋스런 담장길만큼 예쁜 곳이 또 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황산2구마을. 이 마을 담에는 최근 예쁜 벽화가 그려졌다. 지역특산물인 사과와 황소, 명승지인 수승대 경관 등이 그려져 있다. 벽화를 감상하며 천천히 거닐다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다.

거창하면 수승대를 빼놓을 수 없다. 거창 제일의 명소이자 덕유산이 간직한 절경이다. 황산마을 앞에 자리하고 있다. 수승대라는 이름에 얽힌 내력이 재미있다. 거창은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였다. 국력이 쇠약해진 백제가 신라로 가던 사신을 전별하던 곳이었는데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하였다’고 해서 ‘근심 수(愁)’, ‘보낼 송(送)’자를 써서 수송대(愁送臺)라 했다.

지금의 이름은 퇴계 이황이 지었다. 1543년 이곳에 들른 퇴계는 아름다운 경치에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수승대로 이름을 고치라는 시 한 수를 짓고 바위에 수승대라고 새기니 그 후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수승대의 명물은 계곡 한 가운데에 자리한 거북바위다. 머리와 등짝이 꼭 거북을 닮았다. 바위에는 요수와 갈천의 후손들이 서로 제 조상을 높이려 경쟁적으로 시구를 파놓았다. 바위 표면을 평면으로 다듬어서까지 이름을 새겨 빈틈이 없다. 바위둘레에는 이황 선생의 옛 글도 새겨져 있다.

요수정

“수송을 수승이라 새롭게 이름 하노니/봄을 만난 경치 더욱 아름답구나/먼 산의 꽃들은 방긋거리고/응달진 골짜기에 잔설이 보이누나/나의 눈 수승대로 자꾸만 쏠려/수승을 그리는 마음 더욱 간절하다/언젠가 한 두루미 술을 가지고/수승의 절경을 만끽 하리라”
계곡 건너편으로 구연교라는 다리를 지나면 요수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요수 신권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곳. 수승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수승대를 지나 계속 길을 따르면 송계사다. 덕유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고찰이다. 절로 드는 길이 운치 있어 가을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가을 계곡을 즐기고 싶다면 금원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보자. 거창군과 함양군 사이에 솟아있는 금원산(1353m)은 2.5km의 유안청계곡을 따라 비밀스런 폭포와 소(沼)를 숨겨놓고 있다. 소나무, 편백나무, 은행나무로 가득한 숲은 한창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콘도식 산막과 통나무집, 야영장 등을 갖추고 있어 하룻밤 묵기에도 좋다.
거창에 가면 어탕국수를 맛보자. 미꾸라지, 피라미, 붕어 등 잡어와 배추, 부추를 넣고 푹 끓인 후 국수를 넣은 음식. 마늘과 다진 고추를 듬뿍 넣고, 산초가루를 뿌린 뒤 먹으면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 수승대 → 황산마을 한옥체험
둘째날 : 황산벽화마을 → 송계사 → 금원산자연휴양림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거창군 문화관광 http://tour.geochang.go.kr
수승대 http://ssd.geochang.go.kr
금원산자연휴양림 http://www.greencamp.go.kr

 

○ 문의전화
거창군 문화관광 055)940-3422
수승대 055)940-8530-
금원산자연휴양림055)940-8700~6

Originally posted on 2011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