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호텔경영학 분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코넬대학교의 코넬 쿼털리(Cornell Quarterly)지에는 스탠리 플로그(Stanley Plog)의 “왜 관광지의 인기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가?(Why detination areas rise and fall in popularity?)” 라는 파격적인 논문이 발표되었다.
간략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관광 목적지가 예측 가능하지만 ‘통제 불가능한 개발 패턴으로 만들어지고, 성숙기에 들어서서, 노쇠기로 들어섰다가 쇠퇴한다’ 라는 것이다. 따라서 관광지 기획자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기민하게 파악하여 늘 이상적인 포지셔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경주에 보문관광단지가 1974년 착공되어, 1979년 개장 하였으며, 제주 중문관광단지는 1978년 착공하여, 2000년 1단계가 완료되었다.
2019년 12월 현재 전국에는 228개의 지정 관광지와 9개의 관광 단지가 있다. 이 정도면 대단한 관광지들일 듯한데, 사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딱히 갈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민간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나, 롯데월드가 보다 많은 관광객의 마음을 끌고 있다.
왜 그럴까? 관광은 먹고, 즐기고, 자고, 가고, 보고, 느끼는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흥행이 되는 산업이다. 지난 30년간 세계 유력 관광 저널에 실린 ‘관광 목적지 경쟁력’ 연구 27건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자연환경 및 지속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은 관광 목적지 홍보 마케팅, 문화유산, 가격 및 가치, 관광 매력, 관광 전문 인력, 치안 및 안전 순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마스터카드가 발표한 글로벌 관광도시 지표(Global Destination Cities Index 2019)에 따르면, 세계 1위 관광 도시는 방콕(2,279만명), 2위는 파리(1,910만명), 3위는 런던(1,090만명) 등이다.
20위 안에 방콕, 듀바이, 싱가폴, 쿠알라룸푸르, 이스탄불, 안탈리아, 서울, 오사카, 푸켓, 파타야, 발리 및 홍콩 등 아시아 11개 도시가 포함되어 있다. Top 20 도시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관광 목적지 경쟁력 요소의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관광지이다.
플로그 논문 이후, 웨스턴 캐나다 대학교 지리학과 리차드 버틀러(Richard Butler)교수는 1980년 Canadian Geographer에 “관광지 진화 싸이클(Tourist Area Life Cycle, TALC)” 이란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1966년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 경제학 교수인 레이몬드 버논(Raymond Vernon)이 발표한 제품 생산주기(Product Life Cycle, PLC)이론을 응용한 것으로, 관광 목적지도 제품과 같이 생명의 주기가 있으며, 끝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사라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한국 최초로 개장한 관광단지인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두 번째로 개장한 제주 중문 관광단지는 어떠할까? 아직도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관광지인가? 한국 관광공사가 1980-1990년대 개발한 충무 도남 관광 단지와 남원 관광 단지는 지금 그 흔적이라도 남아 있는 것일까?
부산에는 아주 최적의 위치에 ‘동부산 관광단지’란 것이 있는데, 아직도 깎아 지른 황토투성이인 채로 있고, 그 넓은 지역이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중 이다.
서울보다 크고 부산과 비슷한 면적의 싱가포르는 2000년대 외래관광객의 방문이 주춤하자, 그 원인을 분석한 후, 센토사 섬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라는 주제 공원(Themed park)을, 베이 프론트 에비뉴에 Marina Bay Sands라는 복합 리죠트(Integrated resort, IT)를 과감하게 개발하여, 2010년 동시에 개장하고, 지속적으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웃 일본도 도교에는 Disney Land, Disney Sea 등 두 개의 주제 공원이, 오사카에는 Universal Studio란 주제 공원이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어 외래 관광객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경기도, 인천, 제주 등 많은 지자체에서 미국계 주제 공원을 유치하려는 노력은 있었으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모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기준, 중국의 외래 관광객 유치는 6,570만명, 일본은 3,218만명, 한국은 1,750만명이었다. 아무리 달러가 넘쳐나고, 관광 달러가 절실한 시기가 아니라 하지만, 이웃 국가와의 외래 관광객 유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국가별 관광 매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국이란 관광 목적지의 재부팅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관광 마케팅과 브랜딩 작업이 계속되고, 보다 적극적으로 전국의 지정 관광지가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며, 외래 관광객 유치의 지속성을 갖는 국제적인 주제 공원, 복합 리조트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지방에 균형있게 유치되어 한국 전체의 관광 경쟁력을 이끄는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
관광.마이스 칼럼니스트 장 태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