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특히 세대와 지역별로 같은 맛에 대한 느낌이 사뭇 다르며 집안의 내력에 따라서도 다르다.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맛 이야기로 소위 맛집 소개 글을 쓰는 것이 적잖이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찾게 되는 엄마 손 맛, 어릴 때 먹던 그 맛…. 이것 역시 당연지사, 사실은 어른 말씀대로 자갈이라도 삼킬 수 있을 만큼 식욕이 넘치던 그 어린 시절의 엄마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각인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두번째 눈이 싸락싸락 내리는 주말, 익선동 골목길을 걸어 사무실로 향하며 문득 허기를 느낀다. 곧장 찾아 들어간 곳이 줄서기가 마뜩치 않아서 몇 번 돌아섰던 골목 안의 종로칼국수.
대표 음식은 칼국수와 칼제비. 이름으로 짐작해보건데 칼제비는 검객이나 춤꾼이 아니라 칼국수 더하기 수제비 일 것이다.
외투에 붙은 싸락눈을 털어내고 앉으면서 칼제비를 시켰다. 요 근래 직접 반죽해서 먹던 손수제비가 생각이 부쩍 낫던 터라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주문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게의 오랜 역사가 보인다. 몇 해 전 블로거들이 남긴 사진 위에 추억이 남아 있다. 흑백 사진이 허름한 가게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지며 오랫동안 이어 왔을 것이 분명한 맛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꽤나 추운 날 뜨거운 김이 솓아 오르는 국수 솥을 사진에 담다가 주방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오늘 장사할 밀가루 반죽이 켜켜이 쌓여있다. ” 호 이 집 직접 반죽하는 손칼국수네”. 기대감이 일순 상승한다.
네 명이 앉기에는 넉넉치 않을 상에는 엊저녁 담았을 김치가 소복하게 담겨 있고 요즘 식당에서 보기 드문 양념간장이 맛갈나게 그득 담긴 종지가 놓여있다. 먹어 보지 않더라도 입맛을 동하게 하는 그림이다.
주문하고 오 분 여의 시간, 칼제비가 놓인다. 본시 소금과 후추, 초장, 양념 간장 등을 거의 넣지 않고 음식을 먹는 터라 김치 한 점 베어물고는 칼제비를 먹기 시작한다. 육수 베이스는 예전에 흔하던 멸치 육수, 비린 맛이 남아 있지 않고 고소하고 깔끔하다. 겉절이처럼 맛들지 않은 싱싱한 김치와 시원한 국물이 조화를 이룬다.
“국시 한 그릇 묵고 힘쓰겠나? 마니 무라” 예전에 어른들께서 항상 하시던 말이다. 국수는 배가 좀 아프도록 먹지 않으면 금새 배고파진다는 말씀. “가리 음식이 다 그렇다. 누가 머라캐도 쌀밥이 최고지.”
국수 한그릇 비우기가 쉽지 않을 만큼 양도 괜찮다. 수제비 몇 점과 손국수, 그리고 감자 조각에 파와 김이 전부 이지만 굳이 지난 시간의 반추를 빼더라도 좋은 맛이다.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국물, 쫀득한 손칼국수와 수제비 맛이 일품인곳, 종로구 익선동의 종로칼국수 한번은 들려 봐야 할 맛집이다.
글 사진: 이정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