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일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느긋하게 머무르며 심신에 위로와 휴식을 선물하려는 ‘힐링 여행’이 각광받고 있다. 마침 장기여행이 가능한 여름휴가가 코앞이니 짧은 주말여행에서 누리기 힘든 ‘여유’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도록 3박4일 이상의 일정을 계획해 보자.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는 지리산 청정골 ‘산청’과 ‘함양’이 제격이다.
함양은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서상IC, 지곡IC, 함양IC 세 개의 나들목을 통해 진입할 수 있다. 먼저 서상IC에서는 연암물레방아공원, 함양약초과학관, 함양예술마을, 용추계곡과 자연휴양림 등이 있는 안의면이 가깝다.
용추계곡 초입의 연암물레방아공원에는 3층 건물 높이의 대형 물레방아와 연암 박지원의 동상이 있다. 연암과 물레방아는 무슨 관계일까? 사신으로 갔던 청나라에서 물레방아를 본 후 <열하일기>에 소개하고, 1792년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부임하면서 처음으로 물레방아를 만들어 사용하도록 한 이가 바로 연암이었단다. 함양에서 물레방아가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물레방아공원 인근에는 각종 약초 표본을 전시한 함양약초과학관이, 그 바로 옆에는 회화, 목공예, 천연염색, 유리공예 분야의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함양예술마을이 있다. 공방과 전시관 외에 체험관도 있어 미리 예약하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용추계곡 일대는 함양8경 중 제3경에 꼽힐 만큼 경치가 빼어난 곳이니 찬찬히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안의면에서 놓치기 아쉬운 것 하나는 갈비찜과 갈비탕이다. ‘안의갈비찜’이야 워낙 유명세를 탄 메뉴이니 그렇다 치고, 옛날식으로 투박하게 끓여낸 갈비탕이 의외로 맛있다. 수삼이니 대추니 하는 한방재료 하나 넣지 않았지만, 깊고 은근한 맛이 꽤 괜찮다.
선비의 고장 함양을 대표하는 양반마을로 가려면 지곡IC로 나간다. 고색창연한 한옥 60여 채가 모여 있는 개평한옥마을은 보기만 해도 그 평화로운 풍경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하동 정씨와 풍천 노씨의 집성촌인 개평마을에는 조선 5현 중 한 분인 일두 정여창 선생의 아름다운 고택이 있다. 한옥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선생의 16세손인 정도상 씨의 정일품명가를 찾으면 된다. 일두 고택 맞은편에는 16대 손부인 박흥선 명인의 솔송주 전시관도 있다.
함양IC로 나가 5분이면 함양의 자랑, 천년의 숲 ‘상림’을 만난다. 통일신라 말 최치원이 조성한 국내 최초의 인공림인 상림은 함양 8경 중 제1경, 천연기념물 제154호다. 한여름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햇볕조차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온몸으로 자연의 기운을 느껴 보자.
숲의 중심부로 들어가면 느티나무, 이팝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층층나무가 가득하다. 상림 북쪽 끝에서 이어지는 5km 코스의 최치원산책로는 ‘경남의 걷고 싶은 길 25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차장 인근에는 오곡밥으로 유명한 늘봄가든과 연잎밥 전문점인 옥연가가 있다.
산청으로 넘어가기 전, 지안재~오도재~지리산 제1문으로 이어지는 1023번 지방도로 드라이브도 즐겨 보자. 유려한 S자 곡선의 지안재는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 지리산 제1문을 지나 조망공원에 서면 반야봉, 형제봉, 영신봉, 천왕봉 등 지리산 주요 봉우리들이 일망무제로 줄달음친다.
함양 여행을 마치고 산청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생초국제조각공원이 반긴다. 선사시대의 생초고분군에 인접한 조각공원에는 국내외 현대조각품 27점이 흩어져 있고, 발 아래로 경호강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청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산청박물관이 바로 옆에 있고, 중요무형문화재 조각장 박찬수 선생의 목아전수회관이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이다.
산청은 조선 최고의 명의 류의태와 허준을 낳은 전통 한의학의 본향이기도 하다. 동의보감촌 내 산청한의학박물관에 들러 체지방, 혈액순환, 혈압 등 기초건강 상태를 자가 체크하고, 체질별 유익한 약초 등 흥미로운 정보를 얻은 후 건강산책로를 거닐며 왕산의 정기를 흠뻑 받아 보자.
산책 후 당귀, 방풍 등 다섯 가지 계절 약초와 버섯, 한우로 맛을 낸 ‘약초와 버섯 샤브샤브’까지 맛보고 나면 몸과 마음이 한층 건강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동의보감촌 한방테마파크는 2013년 9~10월에 개최될 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앞두고 각종 시설 보강 공사가 한창이다.
일정 중 하루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지리산 800리 길을 잇는 둘레길의 산청 쪽 구간은, 초반에 가파른 산길을 걸어야 하지만 ‘속세와 인연을 끊는다’는 의미의 단속사 터와 보물로 지정된 단속사지 동서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는 7코스(어천~운리), 남명 조식 선생의 산천재와 덕천서원이 있는 사리마을을 지나는 8코스(운리~사리)를 포함해 모두 5개다.
단속사지 동서삼층석탑 앞의 마을 정자와 남명 조식 유적지의 아름드리 나무그늘 밑은 지친 다리를 쉬게 하고 마음도 쉬어가기 좋은 장소들이다. 7코스를 걷는다면 가까운 청계호수 주변의 조용한 펜션에서 하룻밤 묵어가면 좋다. 소요시간은 코스 당 평균 5시간, 난이도는 모두 다르므로 미리 확인하고 나서자.
산청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 ‘남사예담촌’도 있다. 이름처럼 옛 담장이 아름다운 700년 전통의 이 양반마을은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경상도를 대표하는 전통한옥마을로 손꼽힌다. 2미터 가까이 높게 쌓아올린 옛 담장과 18~20세기 초에 지은 한옥 40여 채가 조화를 이룬 풍경은 무척 기품이 넘친다.
가장 오래된 집인 300년 된 이씨고택 앞에는 X자 모양으로 교차한 회화나무 두 그루가 수문장처럼 든든히 집을 지키며 서 있고, ㄱ자로 꺾인 골목을 돌면 아름다운 돌담과 높다란 솟을대문이 나타나는 최씨고택은 이른 아침에도 늘 열린 채로 산책길에 나선 여행자를 반긴다.
사양정사는 연일 정씨 선조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과 부속건물로, 최씨고택과 함께 한옥체험이 가능한 두 집 중 한 집이다. 최씨고택의 숙박정원이 한 팀인데 반해 최대 12팀이 묵을 수 있다.
하룻밤 머물 요량이라면 해 지기 전 일찌감치 짐을 풀고 쉬다가 어두워지는 돌담길을 따라 산책에 나서보길 권한다. 비 내린 다음날 이른 아침의 산책도 운치가 그만이다. 남사예담촌 가까이에는 성철스님의 생가터에 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 겁외사가 있어 불자는 물론 일반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다.
시원한 계곡의 물놀이와 숙박을 원한다면 대원사~대원사계곡~유평계곡 코스도 좋다. 지리산 기슭 삼장면 유평리에 위치한 대원사는 비구니들의 참선도량이며, 비구니 템플스테이 1호 사찰이기도 하다.
해발 700미터 고지의 유평마을 가랑잎산장 마당에서 아래로 좀 내려가면 위에선 보이지 않던 계곡이 나타나는데, 수량이 놀랄 만큼 풍부하다. 천왕봉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대개 대원사부터 걸어 올라가지만,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면 그냥 차를 가지고 유평마을까지 올라가는 편이 낫다.
<3박4일 여행코스> 첫째날 : 개평리 한옥마을(정여창 고택, 솔송주 전시관 등)→함양상림→지안재~오도재~지리산 제1문~지리산조망공원 드라이브 둘째날 : 생초국제조각공원→산청한의학박물관→지리산참숯굴찜질방→남사예담촌 셋째날 : 성철스님 생가→지리산 둘레길 산청 제3구간(단속사지동서삼층석탑)→청계호수 넷째날 : 대원사→유평계곡→귀가
<5박6일 여행코스> 첫째날 : 함양약초과학관→함양예술마을→연암물레방아공원 둘째날 : 개평리 한옥마을(정여창 고택, 솔송주 전시관 등)→함양상림→최치원산책로→지안재~오도재~지리산 제1문~지리산조망공원 드라이브 셋째날 : 산청생초국제조각공원→산청한의학박물관→대원사→유평계곡 넷째날 : 지리산 둘레길 산청 제3구간(단속사지동서삼층석탑)→청계호수 다섯째날 : 남명 조식 유적지→성철스님 생가→남사예담촌 여섯째날 : 지리산참숯굴찜질방→귀가
<여행정보>
관련 웹사이트 주소
함양군 문화관광 http://tour.hygn.go.kr 산청군 문화관광 http://tour.sancheong.ne.kr 산청남사예담촌 http://yedam.go2vil.org 지리산둘레길 www.trail.or.kr 산청한의학박물관 http://museum.sancheong.ne.kr 지리산 대원사 www.daewonsa.net
문의전화 함양군 문화관광 055)960-4305 산청군 문화관광 055)970-6423 산청한의학박물관 055)970-6461~2 지리산참숯굴찜질방 055)974-0117 성철스님생가(겁외사) 055)973-1615 함양약초과학관 055)964-4300 상림공원관리사무소 055)960-5756
대중교통 정보 서울남부터미널→함양 : 하루 4회 운행, 약 4시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산청 : 하루 8회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부산서부터미널→산청 : 30~50분 간격 운행, 약 2시간 20분 소요
자가운전 정보 <함양군> 서울 방면 :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함양IC 부산 방면 : 남해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88고속도로→함양IC
식당정보
<함양군> 옥연가 : 연잎밥, 함양읍 교산리, 055)963-0107 늘봄가든 : 오곡밥정식, 함양읍 교산리, 055)963-7722 안의원조갈비집 : 갈비찜 · 갈비탕, 안의면 당본리, 055)962-0666
<산청군> 약초와버섯골식당 : 약초와 버섯 샤브샤브, 금서면 특리, 055)973-4479 지리산약두부 : 약두부보쌈, 산청읍 지리, 055)974-0288 송림산장식당 : 십전대보오리백숙, 산청읍 차탄리, 055)972-2988 홍화약초식당 : 신안면 외송리, 홍화새싹비빔밥, 055)973-9556
기사출처: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
글 사진: 여행작가 이정화/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