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숨은 비경”, 잠두마을 옛길과 금강 벼룻길

금강의 발원지는 전북 장수군의 뜬봉샘이다. 천리의 비단물결을 풀어내는 최초의 물타래다. “비단의 강” 이란 뜻을 지닌 금강 백제시대에는 호남평야의 젖줄로써 수도를 끼고 문화의 중심지를 이루었으며 , 일본에 백제 문화를 전파하는 “컬처로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의자왕 때 삼천궁녀가 낙화암 아래로 뛰어 내렸던 백마강 또한 금강이다.

4 월 중순의 무주의 모습은 어떨까 기대 탓일까 새벽 3 시에 눈이 떠진다. 대충차려 입고 출발이다 . 천안 휴게소에서 모닝커피 한잔에 취해보고, 평일 새벽이라 휴게소도 한가하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부슬비까지 내린다. 높으신 분께 전화를 드려 화창한 날씨를 부탁한다.(?) 대전을 지나 무주 ~ 통영간 고속도로로 접어드는 순간 감탄사 연발이다 . 온통 좌, 우 산하는 꽃대궐이다.

아직은 푸른 초원이 아쉽지만 산벚꽃, 이팝나무, 복사꽃, 노란 산수유도 보인다. 차를 멈추고 싶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속도를 줄여본다. 푸른 산야에 점점이 박힌 하얀점, 분홍점은 혼자 보기가 아깝다. 무주까지 가는 40km 의 고속도로가 아닌 환상의 꽃길 , 눈과 마음이 호강을 한다.

무주 IC 를 빠져 나오려는데 눈사태를 만났다. 잠시 차를 세우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경찰 순찰차에서 “조심해유” 라는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름 아닌 눈사태는 이팝나무 ( 싸리꽃 ) 무리 때를 만난 것이다.

잠두마을 옛길은 그리 어렵지 않게 톨게이트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옛날 무주 금산을 잇는 길이라 넓은 임도 흙길인데 자동차로 이동하기엔 미안한 마음에 건너편에 주차하고 왕복 4km 를 걷기로 했다.

오 른쪽으론 연두빛 비단물결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 강둑에는 크지 않은 하얀 가로수벚꽃과 연분홍 개복사꽃이, 걷는 길은 듬성듬성 잡초와 자갈흙이 반기는 오솔길, 다른 한쪽은 산기슭에 바위와 복사꽃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동 쌍계사 십리길을 “혼례길” 이라 불리는데 이 길을 무어라 부를까 고민이다. “혼자 걷기는 너무 아까운 길” 우선 이렇게 붙여보자.

평일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는 잠두마을 옛길 그냥 행복하다. 4km 내내 꽃들과 이야기하고 금강과 눈빛을 맞추어보고 이 눈부신 길을 뒤로하고 벼룻길을 더 떠나보자. 3.8km 의 아스팔트길은 아쉽다. 가로수로 심어놓은 벚꽃 잎이 바람에 하얗게 흩날린다.

아스팔트가 싫어 금강 변을 따라 걸어본다. 건너편 산에도 하얀 꽃이 파스텔톤으로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어내고, 아담한 펜션도 눈에 들어오고, 복슬강아지도 반긴다. 분홍 꽃잔디와 개나리꽃, 과수원의 사과 꽃은 조금 있어야 우릴 만날 것 같다.

굴암리 밤송이 마을에서 다시 흙 비탈길로 이어진다. 이 길은 벼룻길 하이라이트길이다. 벼룻길이란 강가나 바닷가의 낭떨어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이르는 말로 무주사람들은 “보뚝길” 이라 부르는 길이다.

한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비탈길 중간쯤 각시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바위는 대유리 봉길 마을에서 시집온 며느리가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벼랑에서 기도를 했더니 바위가 솟아났다하여 각시바위로 불리고 또 다른 하나는 선녀가 목욕하러 왔다가 옷을 잃어버려 바위로 굳었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각시바위 아래에 인공동굴이 있는데 박쥐 한 마리를 이곳에서 만났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동굴이 아니라 농부들이 정으로 일군 인공동굴인데도 벼룻길 백미를 장식한다.

벼룻길에는 산철쭉(수달래꽃)이 꽃봉우리를 곧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주면 이곳은 연분홍의 수달래 꽃이 반길 것이다. 금낭화, 산자고, 양지꽃 등 야생화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 오솔길을 지나면 과수원 길을 따라 부남면으로 벼룻길은 이어진다.

글 사진: 성연호 기자 2013년 4월 22일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