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이 괴암괴석과 화려한 자태를 자랑한다면 곰배령은 수수하다 . 이게 겉으로 나타난 곰배령의 모습이다 . 점봉산 남쪽능선에 너른 터를 이루고 있는 곰배령 (1164m) 은 인제군 귀둔리 . 곰배 골에서 진동리 설피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다 .
1000m 가 넘는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수천 평에 달하는 초원에 철따라 피는 야생화가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 곰배령은 누구나 ,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 곰배령을 포함한 점봉산 일대는 식물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1982 년 설악산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에 포함될 당시 함께 지정됐고, 산림청에서도 진동리와 곰배령 인근 숲을 생태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매일 200 명으로 제한입장 할 수 있다. 산림청 점봉산 탐방코너에서 매달 20 일 다음 달 입장 예약을 실명으로 받고 있다.
곰배령은 철따라 다른 옷을 갈아입는다. 봄엔 봄야생화와 푸른 신록이 반기고, 여름엔 여름야생화와 울창한 산림, 맑고 시원한 진동계곡이 있고, 가을엔 애기단풍과 단풍잎이 계곡에 떨어져 멋진 그림으로 다가오고, 겨울엔 환상적인 설원과 눈꽃으로 나그네를 부른다.
곰배령 관리소에서 출입증을 패찰하고 출발이다. 이곳에서 강선마을까지 1.5km 30 여분 걷는 길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고 싶다. 활엽수로 이루어진 울창한 원시림 터널이 강선계곡과 나란히 함께 한다.
아무리 깊은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고, 1 급수 물고기가 노닐어 노는 강선계곡.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계곡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신선이 따로 없다.
군데군데 울창한 산림 속에 피어난 야생화가 눈길을 멈추게 한다. 강선리는 예전에는 제법 규모가 큰 화전민 마을로 별도의 행정조직을 갖추기도 했다. 지금은 화전민이나 약초꾼들은 모두 떠나고 외지에서 온 곰배령에 푹 빠진 사람들 차지가 됐다. 강선마을까지는 비예약자도 출입이 가능한데 간식거리를 먹을 수 있는 매점과 식당이 있다.
강선마을에서 잣나무 숲과 징검다리를 건너면 오솔길로 곰배령 숲으로 빠져든다. 강아지를 동반한 곰배령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로 우리 곁을 지나간다 . 도시의 찌든 공해와 답답한 마음을 맑은 곰배령 땅에 묻어버리고 우리는 행복을 느껴본다.
계곡물소리는 점점 멀어지면서 곰배령으로 가는 마지막 깔닥고개를 넘어서면 하늘이 열리고, 활엽수림이 사라지면서 드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파란 하늘이 녹색융단과 어울려 점점이 떠있는 야생화와 한 폭의 멋진 그림이다 . 야생화의 향연에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온다. 가히 천상의 화원답다.
또한 정상에서면 점봉산과 설악산 대청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부근엔 데크가 설치되어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한다. 생태보존지역의 애로사항은 알겠지만 미관상 영 어울리지 않는다.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정상 오르는 나그네의 땀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모두들 천상의 화원과 푸른 초록에 빠져서 내려갈 줄 모른다. 세찬 바람에 하산준비다. 하산은 모두 행복한 마음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간다.
곰배령 길은 탐방안내소에서 강선마을 거쳐 곰배령 정상까지 편도 5km, 왕복 10km 거리인데,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으며 3 시간 30 분에서 4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6 월에 만나는 야생화
노루귀, 엘레지, 애기괭이눈, 개별꽃, 현호색 갈퀴, 애기, 댓잎, 왜 ), 동의나물, 연복초, 피나물, 족도리풀, 천남성, 미나리냉이, 한계령풀 등
글 사진:성연호기자 Originally registered on 2013 04 29